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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연
생명과 서정의 완미한 구성화면 | 2011년 06월 09일 13시 41분

생명과 서정의 완미한 구성화면

류석우/시인, 본지주간

시대적인 흐름의 한 탓이기도 하겠지만 오늘 우리 화단의 현실은 ‘한국화의 침체’라는 절대명제의 벽에 부딪치고 있다. 특히 1990년대에 이르러 그런 현상은 마치 전염병처럼 침윤되어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과연 그 이유가 단지 시대적 흐름의 탓일까? 하는 답에 나는 절반 밖에 수긍하지 않는다. 아무리 어떤 흐름이 드세다 해도 ‘한국화’라고 하는 큰 장르의 본령을 소멸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내가 떠올리는 더 큰 이유는 조형성의 문제, 즉 조형의 방법, 그 방향에 더 큰 문제가 있다고 여겨진다. 진부한 표현의 답습, 서구조형에의 모방, 그래서 본령의 정체가 없어진 그림들이 난무하다 보니, 시대감각이 결여된 그림들이 ‘우리의 것’ 이라고 하는 거기에 현대회화라는 허울을 쓰고 대량 생산되는 것이 오늘 한국화의 현주소라고나 할까?

자연히 한국화는 생명력을 잃고, 존재가치마저 회의 하게된 위기를 작가들 자신이 자초했다고 볼 수 있다. 갓 쓰고 양복 입고 버선 신고 구두 신는 해괴한 몰골의 이상한 조형이 마치 현대 한국화의 표상인양 득세한 것이 하나의 유행현상을 이뤘고 그러다 보니 한국화의 위기라는 절대절명의 상황까지 맞게 된 것이다.

왜 이런 이야기를 서두에 길게 언급했나 하면 다행스럽게도 근자에 이르러 뚜렷한 의식을 가지고 전통의 맥을 이으며 현대성을 조화해내는 작업들을 보여주는 젊은 작가들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권희연 역시 그런 작가군 중의 하나로서 부각되고 있다. 소재, 재료의 활용, 조형기법 등이 꼭 새로운 것이라곤 할 수 없지만 그 기존의 틀을 벗어나 조형의 진솔한 골격과 방향을 제시해내고 있음은 틀림없다. 그의 조형은 담묵채색을 근간으로 출발한다. 수묵, 수간, 진채등 어느 한 방법에 얽매인게 아니라 그런 것들의 진수들을 작품 하나하나마다 도입하여 자신의 언어를 간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우선 그의 화면들을 보면 맑고 잔잔하다는 느낌을 준다. 거기서 추출되는 서정성은 우리의 정서와 부합된다. 다른 설명을 하지 안하도 우리들의 양식, 우리들의 감성, 우리들의 풍경을 느끼게 하는, 죽 ‘우리그림’이라는 제일감을 갖게 하는 것이다. 전통 화훼도에서 맥을 이었으되 진부하지 않다. 기존의 화훼도를 모방 답습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한국화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점이, 또는 많은 작가들이 벽에 부딪쳤던 점이, 출발할 수밖에 없는 테마가 동일한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기존의 작품들과 유사한 것들이 양산될 수밖에 없었고 그것은 곧 진부하다는 통념을 갖게 했고 한국화의 침체로 연결되었던 것이다.

권희연의 조형은 그 동일한 테마에서 출발했으면서도 자기의 독창적인 방법을 터득함으로써 그런 답습을 벗어날 수 있었기에 신선하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그 점이 이 작가의 화면을 돋보이게 하는 요점이되었다. 물로 새로운 표현기법만으로 완미한 조형이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거기엔 그것을 뒷받침해 줄 기량이 뒤따라야 한다. 그 점에서 권희연은 발군의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작업은 주로 점염법(點染法), 즉 물감만을 써서 형상을 표현해내는 기법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의 나무는 생동하는 기상이 있다. 은근하면서도 잔잔한 생동감은 오히려 더욱 주제를 이루는 대상들의 신선한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가지를 그리는 화지법(花枝法) 역시 가녀린 듯 하면서도 청수한 감을 잘 살려내고 있다. 아울러 그의 꽃을 보면 이 작가가 얼마나 화화법(畵花法)의 기본기가 충실한가 인정하게 된다.

그의 강점은 이런 기본법의 충실함에 있다. 모든 것이 그렇듯이, 그림뿐만 아닌 모든 예술도 기본기가 충실한 자가 일류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한국화의 퇴행의 원인도 따지고 보면 그 기본기를 소홀히 한채 현대성이라는 데에 천착했기 때문이다. 기본기가 충실한 그림은 일단 작품으로서의 평균점을 얻는다. 그 다음은 작가의 역량에 의해 조형의 수준과 격이 높아지게 된다. 그것을 한마디로 필력이라고 하는데 권희연은 상당한 경지의 필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냥 인사 삼아 칭찬으로 하는 말이 아니다. 구성, 묘사, 색면 등의 효과를 갖고 하나의 작품을 품평한다고 볼 때 그의 화면은 별로 흠잡을 데가 없다. 다시 말하지만 그는 기본기의 많은 수련을 겪었음을 알수있다. 거기에 그는 자신의 독창성을 찾아냈다고 보여 진다. 구상 형상의 화훼를 그렸으면서도 구성은 현대적인 감각에 의해 이루어져 있다. 배경을 보더라도 일반적 자연경이 아닌 그 자신 내면적 배경을 선과 색면을 통하여 표현해내고 있다. 담묵, 담채, 때론 번짐을 효과를 병용한 그의 화면은 단아하고 수려하다. 그림의 문외한이라도 그의 화면을 대하면 자연의 신선한 생명감과 서정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화면의 대상들은 아주 공들여 그렸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러면서도 경직되어 있지 않다. 자유로운 생명력으로 살아 보여 지고 있다. 이작가의 완숙한 필력을 짐작하게 하는 요점이다.

권희연 조형의 더욱 돋보이는 점은 이런 주제를 가지고서도 현대회화라는 작업적 성과를 획득해냈다는 점이다. 이번의 그의 작업들은 우리 한국화, 특히 화훼도가 풀어가야 할 숙제의 해답을 제시해냈다는 점에서 평가되어야 할 것 같다. 표현양식과 기법에 따라 한국화의 개발된 영역이 얼마나 광할한 가를 깨닫게 해준 그의 작업들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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